-
고전적 조건 형성 - 연합 이론김학성의 심리학 이야기 2019. 5. 8. 12:48
심리학도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매우 유명한 이론이야. 개에게 종 치고 밥 주고 침 흘리는 짓을 여러 차례 반복하게 되면 종만 쳐도 침 흘린다는 이론.. 근데 생각해 보면 왜 그 시대에는 개가 침 흘리는 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이 이론에 열광한 것일까?
설명에 앞서 약간 철학적인 얘기를 할게.
데카르트(Decartes)는 원래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철저한 2
원론자 였어. 근데 짧은 생애의 막바지에서 그를 흔들어 놓은 사람이 있었지. 보헤미아의 왕녀 엘리자베스로 공주로부터 질문을 받게 된 거야.
"사유(思惟)하는 실체(實體)에 불과해야 할 인간의 정신이 의지(意志)에 따른 행위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서 신체의 정기(精氣)를 움직일 수가 있는 것입니까?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엘리자베스 공주의 질문에 Decartes는 정념, 즉 신체를 원인으로 하고 정신 속에 야기되는 수동(passion, 情念)의 고찰로 향하게 되어 데카르트의 마지막 책인 정념론(情念論)을 내놓게 돼.
Decartes는 우리의 감각 기관과 근육이 복잡한 신경망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생존에 필요한 본능적 반응들을 이 신경을 통해 흐르는 '동물 정기(動物精氣:Animal Sprits)'에 의해 일어난다고 했어. 예를 들어서 우리가 무심코 뜨거운 불을 손으로 만지게 됐다고 생각해봐. 우리 손에 있는 감각 기관에 있는 신경 기관이 자극될 거야. 이 흥분이 뇌로 전달되고, 뇌는 '동물 정기'를 신경을 통해 손으로 보낸 후 손의 근육을 팽창시켜 손을 불에서 떼게 만들 거야.
Decartes는 이러한 생득적이고 직접적 연결을 통해 수용기가 근육을 활성화하는 단순한 기제를 '반사(反射:Reflex)'라고 불렀어.
Decartes에게 고찰을 준 엘리자베스 공주는 지금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가 아닌 1세의 엘리자베스 여왕이야. '반사'의 기원에 엘리자베스 여왕 있을 줄이야..
'반사'의 기원까지 설명해 가며 길게 쓴 이유는, '반사'가 고전적 조건형성의 핵심 이기 때문이야.
'고전적 조건형성'이 곧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이고 Pavlov가 고전적 조건형성이기에 Pavlov에 대한 설명부터 해볼게.
Pavlov는 1849년 러시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어. 원래는 성직자가 되려 했으냐 1870년 St. Petersburg 대학에 생리학도로 들어가게 돼. 만약 이때 Pavlov가 성직자가 됐더라면 지금의 심리학은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을 거야.. 다행이지? 1904년에는 소화액 분비의 신경 지배에 관한 연구로 노벨 생리학상을 타게 돼.
노벨상을 타기 전인 1902년에 타액이 밖으로 나오도록 수술한 개에게서 타액선을 연구하던 중에 조건반사에 대한 발견을 하게 돼.
개에게 먹이를 주는 Pavlov의 조수가 있었는데, 일정한 시간에 일정량의 먹이를 개에게 주도록 되어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조수는 먹이 가져오는 것을 깜빡하게 돼. 빈 손으로 온 거지. 그런데 그때, 개는 이미 침을 흘리고 있던 거야. 먹이가 없는데도!
Pavlov는 생각했어. 왜 개는 먹이가 없는데도 침을 흘리는 것일까. 침은 소화작용을 돕기 위해 흘리는 것인데 먹이가 없다면 소화물도 없는 것이니까 굳이 침을 생성할 필요가 없어. 그런데도 개는 침을 흘리고 있는 거야.
보통의 생리학자라면 이러한 반응이 실험에 오염 요소이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개의 반응을 제거하려 했을 거야. 하지만 Pavlov는 그러지 않았어. 왜 그럴까? 개는 어떤 것에 의해 침을 흘렸던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Pavlov는 몇 가지 실험을 했어. 조수가 아닌 사람이 먹이를 주게도 해보고, 조수가 개의 먹이가 아닌 돌멩이와 같은 것을 가져가게도 해보았어. 여러 가지 실험과 관찰을 한 끝에 개는 단순히 무선적으로 침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조수에 대한 반응으로 침을 흘렸던 거야.
조수는 항상 딱딱한 구두를 신고 다녔는데 그가 다가갈 때 나는 또각또각 소리, 그리고 그의 외형. 개에게 중요한 조수의 체취와 같은 자극들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했어.
Pavlov는 이 신기한 발견을 하면서 훗날 Pavlov에게 노벨상을 안겨줄 소화액 분비 연구를 잠시 중단하게 돼. 이 발견의 연구는 쉽지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왜 쉽지 않을까?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어.
개는 비록 실험실이라는 공간에 갇혀있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도 무수한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야. 실험실의 여러 냄새, 빛의 세기, 실험실의 소리, 실험자의 목소리.. 수백 가지의 자극들이 개를 향해 덮치고 있는 거야. Pavlov는 이 중에서 어떤 자극이 개에게 있어 침을 흘리게 한 것인지 찾아야 했어. 만만치 않을 작업이었지. 정말 쉽지 않았어. 실험실 조명의 밝기를 조금만 바꾸는 것에서도 개는 민감하게 반응을 한 거야. 결국 자극들에게서 완전히 통제될 수 있는 실험실이 필요했어. 이 실험에는 모스크바의 사업가의 도움을 받아 페테르스부르크에 실험실을 만들 수 있게 돼. 돈이 많은 사업가에게까지 도움을 받아야 했던 이유는 실험실에 있어. 실험실은 외부 자극을 차단하기 위해 두께가 1피트나 되는 벽, 실험실의 진동을 막기 위해 참호로 둘러 쌓인 요새 모양이어야 했던 거지. 검사실 또한 넓게 분산시켜서 개의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최소화했고. 말로만 들어선 잘 모르겠지? 그림을 볼게.
어때? 상상하던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지? 어떻게 보면 끔찍하다고 까지 할 수 있어. 개의 타액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개의 볼을 뚫고 관을 연결하고, 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앞발과 몸통을 묶어놓고.. 요즘에 이 실험을 했다면 동물보호단체에서 비난을 받을 만한 실험이 아닐까?
다시 그림을 보면, 개에게서 흘러나온 타액이 관을 타고 흘러나오고 기록장치는 다른 방까지 연결되어 있어. 기록 장치는 계속 기록 중인 상태인 거야.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타액의 분비량을 알 수 있는 거지.
근데 개가 좀 불쌍하다..
Pavlov는 그의 제자 Anrep(1920)과 함께 실험을 했어. 먼저 Anrep는 가장 의심이 되는 청각기관을 실험하기로 했어. 개에게 가장 발달돼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야. 먼저 소리 자극을 통해 개의 타액 분비에 대한 영향을 알아보기로 했지만, 실패했어. 온갖 소리를 다 들려주어도 개는 침을 흘리지 않았던 거야. 음식이 없이 소리만 제공했을 뿐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소리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함께 음식을 제공했어. 소리를 듣고 음식을 제공하면 그 소리와 음식에 대해 어떤 관계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 거야. 실험은 어떠한 소리를 5초 동안 들려준 후 2초 뒤에 음식을 주는 방법이었어. 이렇게 소리와 음식을 한 번 짝짓는 것을 시행(試行: Trial)이라고 해. Anrep 5분에서 35분 사이의 한 시행을 했어. 어떨 때는 5분후에 5초 소리, 2초 뒤 밥을 주고 어떨때는 35분 뒤에 5초소리, 2초뒤밥을 주는 거야. 이러한 시행을 10번 정도 한 후 다음 한 번은 30초간 소리만을 들려줬어.
실험을 다시 정리해보면,
[시행 : 5초 동안 소리 자극 제시 -> 2초 후 음식 제공] X 10회 (한 시행마다의 시간 간격은 5분~35분 사이)
10회 시행 후 30초 동안 소리 자극 제시 -> 타액 분비량을 침의 방울로 측정
실험 결과는 어떨까? 밑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어.
Anrep가 처음 측정한 것은 개가 침을 몇 방울 흘리나 보는 원시적인 방법이었어. 그리고 놀라운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지. 위의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두 마리의 개가 거의 일치하는 유사한 값의 그래프를 보여줬어. 이건 Pavlov가 얼마나 실험실 환경을 잘 통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야. 다시 그래프를 보면, 처음에 소리만 들려주었을 때는 침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어. 하지만 10번 시행 후 소리를 들려 주었을 때는 침이 1~20방울 정도 나왔지. 20번 시행 후 소리를 들려 주자 2~30방울 정도의 침이 나왔고, 다음 30번 시행 후 소리만을 들려 주었을 때는 놀랍게도 6~70방울의 침을 흘렸어. 그다음 40번, 50번 시행 후부터는 30번 시행과 유사한 정도의 침을 흘리게 돼. 점근선(漸近線: Asymptote)에 수렴하는 거지. 위 그래프에는 2마리의 개 밖에 없지만 Anrep는 여러 마리의 개들로부터 유사한 값을 얻어낼 수 있었어. 드디어 먹이가 없는데도 개가 침을 흘린 이유를 찾은 거야!
Pavlov는 이러한 개의 반응을 정리하기 위해 용어를 만들었어.
개가 음식을 보고 침을 흘리는 것을 무조건 반응(無條件反應: Unconditioned Response - UR)이라고 했어. 왜냐면 개가 음식을 보고 침을 흘리는 것은 따로 훈련이 필요 없는 반응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여기서 개가 침을 흘리는 이유가 된 '음식'은 무조건 자극(無條件刺戟: Unconditioned Stimulus - US)라고 불렀어.
그리고 Anrep가 실험한 것처럼 음식이 없어도 시행을 통해 타액을 분비시킬 수 있게 한 훈련에 대한 반응은 조건반응(條件反應: Conditioned Response - CR) 이라고 했어. 마찬가지로 '소리 자극'에 대해서는 조건 자극(條件刺戟: Conditioned Stimulus - CS)라고 불렀어.
정리해보면,
침을 흘리는 반응 :
무조건 반응 - UR
침을 흘리게 한 음식 :
무조건 자극 - US
훈련을 통해 침을 흘리게 된 반응 :
조건 반응 - CR
훈련을 통해 침을 흘리게 한 소리 :
조건 자극 - CS
이렇게 되는 거야. 그리고 이 과정은 Pavlov에 의해
고전적 조건형성(古典的 條件形成: Classical Conditioning)이라고 알려지게 돼. 쉽게 말해서 옆 그림과 같이 CS와 US를 짝 짓는거야. 이게 바로 Pavlov의 고전적 조건형성 이야.
사실 이 실험은 Pavlov에 의한 발견에서 시작돼. 노벨상을 탄 연구인 '침샘 분비'연구를 하다가 우연한 발견에 의해 말이야. 하지만 정말 우연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봐. 그가 갖고 있는 자신의 연구와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엄청 훌륭했기 때문에 이 위대한 발견은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해.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그는 개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안 그러면 개가 침 흘리는 걸 보고 그냥 '더럽다' '바닥을 닦아야겠군' 같은 생각 밖에는 못 했을 거야. 안 그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우리 집 강아지 앵두야 사랑해! ^0^
<감수>
성균관대학교 심리학 - 천지현
'김학성의 심리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작적 조건형성 - 스키너 상자 Skinner Box (4) 2019.05.28 도구적 조건형성 - 쏜다이크의 문제상자 Thorndike (1) 2019.05.28 왜 나는 따라하는가? Asch의 동조 실험 (0) 2019.05.28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행동상담 REBT - ABC 모델 (0) 2019.05.28 제임스 랑게 이론 James-Lange Theory (0) 2019.05.08